영화진흥위원회

발간자료

제목 [FOCUS - EXPERT OPINION] 성평등 지수 도입이 한국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작성자 조은비 작성일자 2021-02-23
첨부파일 첨부파일 128호_한국영화_03_익스퍼트.pdf
    

      
     
       
       
       
     

    


 
성평등 지수 도입이 한국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 성평등 지수 도입 간담회



    

사회 •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
토론 • 최경진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 팀장
서선주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 주임
조혜영 영화평론가
백재호 영화감독


    
    
 


  
        

지난해 12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코픽)의 2021년 사업설명회가 있었다. 성평등 지수 도입을 소개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일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해당 사업의 목적은 과소평가된 여성 인력과 여성 주도 서사의 비율을 늘려 성별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한국 영화산업 성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코픽 공정환경조성센터 최경진 팀장과 서선주 주임, 관련 연구의 책임연구원을 역임한 조혜영 영화평론가, 백재호 영화감독, 이선필 오마이뉴스 기자가 간담회를 함께 진행했다.





 
성평등, 양적 균형이 질적인 변화를 만들 것


    
        

이선필: 먼저 성평등 지수 정책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최경진: 코픽은 성평등 지수 정책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2018년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를 만들었다. 1기 소위원회가 구성되고 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게 될지 연구했다. 여성심사위원이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50%로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고, 2차로 지원사업에 성평등 지수 정책 도입 및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약 3년간의 논의를 거쳤고, 9인의 위원회 의결 후 실무진 회의를 통해 5점의 가산점을 적용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12월 18일에 코픽 사업설명회를 한 뒤 일각에서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 청원을 시작으로 전자민원,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대체로 역차별이라는 내용이었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성평등 지수 정책이 당초보다 점수가 낮춰졌다는 것과 성평등 지수 적용 전에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이때에는 성별을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정된 이후 5점을 부여하게 된다.

이선필: 성평등 지수 정책은 소위원회 1기 및 2기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관련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조혜영 영화평론가에게 정책의 배경을 듣고 싶다.  

조혜영: 성평등 영화정책 제정의 필요를 설득하기 위해 뜻이 있는 분들과 함께 2015년부터 영화제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국제 컨퍼런스를 조직하거나 국내에서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최경진 팀장님이 말씀하셨듯이 그 결과 2018년에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후에도 코픽 주최로 꾸준히 간담회와 개별 인터뷰를 조직해 현장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소위원회의 초창기 롤모델은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의 코픽에 해당하는 스웨덴영화협회(Swedish Film Institute, SFI)에서 지속적으로 성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방송과 영화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된 영화들의 주요 스태프(감독, 작가, 촬영, 배우, 작곡가)가 성별에서 동수가 되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전방위적인 지원을 했다. 이와 같은 노력이 세계 영화산업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도 2016년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이 높아지고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가 제기되면서 여성 관객의 목소리가 커졌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코픽이 성평등에 관심을 보였다. 소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여러 가지 대안을 냈다. 예산 책정이 가장 먼저였는데 코픽 모태펀드 내에서 다양성 영화를 지원하는 것처럼 별도 펀드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예산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고민 끝에 제도를 바꾸자는 이야기를 했다. 코픽은 정책의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한국영화의 스태프 성비를 전수 조사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많은 분장과 의상을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특히 감독에서 여성 비율은 거의 10% 초반에 머물러 있었고, 촬영감독은 4~5%에 불과했다. 심지어 여성 감독이 많다고 알려진 다큐멘터리도 개봉되는 영화의 감독 성비를 보면 남성이 월등히 높았다. 여성이 창작과 제작의 주요 결정자로 참여한 작품,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의 양이 많아져야 한다. 결국 양적인 균형이 질적 변화를 끌어낼 거라고 생각한다. 양이 많아지면 그 안에서 완성도나 독창성이 있는 영화도 나올 수 있다. 파이 뺏기나 역차별이 아니라, 전체 영화산업의 장을 키우고 창조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백재호: 코픽과 소위원회에서 노력해주셔서 응원하고 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원래는 가산점이 10점이라고 들었다. 5점이 된 배경을 듣고 싶다.


최경진: 우선 할당제 등 여러 가지 성평등 정책안 중에서 점수제로 결정이 됐다. (9인 위원회 의결 당시) 10점은 잠정적인 결정이었다. 9인 위원회 지원사업본부, 공정환경조성센터 등이 같이 협의를 하면서 5점으로 결정되었다.

서선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소위원회에서 최초 제안했던 10점으로 도입될 경우 자칫 그 점수가 과도하다는 인식으로 인해서 성평등 지수 도입의 정책적 실익보다 과도한 여성 우대라는 성별 대결로 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또 앞으로 성비 외에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가 제기될 경우 동일한 방식의 다양한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고민한 것이다. 
            

    
더욱 자세한 정책 홍보 필요

     

이선필: 백재호 감독에게 현장 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백재호: 주변에 여성 감독과 제작자가 많은데 환영하는 반응이었다. 코픽에서 좋은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면도 있다. 12월 18일에 발표되고 지원사업 마감까지 남은 시간이 한 달 남짓이라, 준비하던 지원자들은 새로운 심사제도에 당황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라 팀으로 준비한 사람들은 팀원을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하더라. 5점이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데 미리 공고가 나왔다면 기준에 맞춰서 준비할 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키스태프를 여성으로 바꿀 수도 있었고. 그러나 여성 스태프 숫자가 적어서 구하기 쉬운 상황도 아니었다. 또한 지원사업 단계는 초창기인데 같이 일을 하다 보면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점수를 위해 계속 같이 작업을 해야 하는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조혜영: 이건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산업의 지속성 문제와 인력, 인재 개발에 대한 문제이다.

백재호 감독의 말처럼 여성 스태프를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계속 찾으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평등 관련 간담회를 연 뒤에 보고서나 성비 분석을 이용해 카드 뉴스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코픽도 일반 영화인을 대상으로 좀 더 대중적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소통하는 데 노력해주시면 좋겠다. 정책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카드 뉴스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데이터를 알리고 설득하면 좋겠다.

백재호: 궁금한 게 있다. 1차 심사에서 떨어졌다가 가산점으로 다시 합격할 수도 있나  ?

서선주: 심사 대상이 된 기획물은 개인정보를 전부 지우고 작품만 본다. 성별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심사이다. 1차 심사에서 커트라인이 있는데 거기서 통과하고 나서 2차(결선)에서 평가할 때 성평등 점수를 적용하고, 독립영화 제작지원처럼(심사 진행이 예선/결선으로 나누어 진행될 경우 결선, 면접심사가 있는 경우 직전 단계에서 점수 적용) 면접심사가 있는 경우 면접심사 직전 단계에서 점수를 적용한다.

조혜영: 심사표는 100점인데, 100점 안에 성평등 지수가 포함되나  ?

서선주: 100점에 5점이 더해지는 프로세스다. 

 

여성 영화인의 현주소를 돌아볼 때
 

이선필: 가산점이 콘텐츠의 다양화까지 담보할지 모르겠다는 여성 제작자의 의견이 있었다. 포퓰리즘으로 느껴진다는 거다.  

조혜영: 이 제도로 인해 갑자기 여자 주인공이나 늘거나 좋은 여성 서사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성별 자체의 평등이나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을 보증하자는 것도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양적인 면을 노력하지 않으면 질적으로 나아지지 않는다. 이번 심사제도의 변화(성평등 지수 도입)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기반이다. 이 기반 혹은 시작 이후에 또 다른 사회적 다양성과 질적 변화까지 보장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과 대책이 추가되고 보강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것 하나로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다 이룰 수는 없다. 오히려 성평등 지수 도입을 계기로 영화인들이 성평등과 다양성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주었으면 한다. 더불어 성평등 지수 도입은 가산점의 개념이 아니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심사기준으로 보는 게 맞다. 작품성과 독창성을 위해서는 성평등과 다양성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다양한 창작자로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이선필: 남성 제작자 중에 방향성은 동의하는데 점수로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최경진: 영화산업에 여성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점수가 인위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와 같은 정책은 공공기관이 제일 먼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홍보가 부족하다고 한 것도 인지하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여러 가지로 논의하도록 하겠다.

백재호: 키스태프가 여성이 많아져야 한다면 더 나은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발전시킬 계획이 있나  ?  

최경진: 성평등 지수 도입을 시행하고 바로 끝이 아니라, 향후 방향을 수정하도록 할 생각이다. 예산이나 프로젝트 등 나은 방향이 더해지면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조혜영: 코픽은 영화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구이다. 성평등 정책이라 더욱 논쟁적인 것 같은데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논의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영화 정책이 왜 필요한지, 궁극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경력단절된 여성을 위해 포트폴리오 제작지원을 해주거나 임금 지원을 해주는 일종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촬영이나 조명은 여성이 너무 적다. 롤모델이 많이 없기 때문에 할 생각을 못 하는 거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같은 공적 기관에서 성비 균형을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여성 촬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별도의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한다.

 


이선필: 현장 제작자의 의견인데, 성평등 지수 도입이 오히려 여성 영화인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이의 제기가 있었다. 왜냐하면 가산점을 받기 위해서 여성 서사에 대한 쏠림 현상을 만들 것 같다고.  


백재호: 주인공이나 스태프를 바꿀 건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평등 지수 도입 이전에도 투자를 받기 위해 지원사업의 성격이나 트렌드를 고려했다. 이번 정책이 절대적인 기준도 아니기 때문에 불필요한 걱정이 아닌가 싶다.

최경진: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역사가 깊다. 유명한 영화감독을 여럿 배출했으나 남성 인력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닌데. 앞으로 연구보고서에 나온 통계를 토대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선필: 성평등 지수 도입이 다른 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나  ?

조혜영: 이번 정책은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다른 나라 공공정책 기관에서는 성평등 정책을 강력히 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정부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통계에 근거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 통계를 보면 현재 한국 영화계가 성별과 관련해 매우 불균형하고 불평등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할리우드마저도 성별 균형과 다양한 소수자를 스태프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계약서를 스타감독이나 배우들이 작성하기도 하고, 실제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개발해 흥행에 성공해왔다. 한국 상업영화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개별적으로 움직이기에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코픽이 공공정책으로 나서서 방향을 설정해주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영국영화협회(British Film Institute, BFI)의 성평등 및 다양성 정책에서 더 많은 영감을 받길 바란다. 영국은 BFI뿐만 아니라 지역 영상위원회나 미디어센터 등 공공기금을 받는 모든 기관은 반드시 다양성 기준을 통과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다양성 기준은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섹슈얼리티, 장애 등 다양한 소수자, 그리고 다양한 영화 형식과 주제를 고려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파이 나눠 먹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같이 일하기 좋고,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현장이 되길 바란다. 영화산업이 위기인 것은 맞다. 어려운 상황인데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해결하다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선필: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박남옥 감독님이 영화를 찍은 지 66년이 되었다고 하더라. 현재 한국 여성 영화인들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시점인 것 같다. 오늘 간담회 이후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boardNumber=40&flag=1&pubSeqNo=2804&idxSeqNo=6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