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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특별대담 I] 글로벌 무대로 확장한 K-콘텐츠, 플레이어 생존 전략과 그에 따른 진흥 정책은?
작성자 홍수민 작성일자 2022-01-03
첨부파일 첨부파일 138호_한국영화_03_대담1.pdf
 
글로벌무대로확장한 K- 콘텐츠
플레이어 생존 전략과 그에 따른 진흥 정책은?

글 • 박꽃〈무비스트〉기자



 
‘코로나19 팬데믹 2년 차’ 그리고 ‘OTT발 K-오리지널 시리즈의 메가 히트’. 두 표현만으로도 한 해의 격동이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기존 법이 한정했던 ‘영화’라는 좁은 범주는 이미 드넓고 거칠게 확장됐다.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영화 스태프가 대거 합류해 기존 영화와 비슷한 만듦새를 보여주되 짧은 러닝 타임 에피소드 여러 편으로 나뉜 OTT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다면? 그건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영화’ 진흥을 뒷받침해온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코픽)은 이런 격변의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지원 정책을 손질해야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펴나갈 수 있을까? 글로벌 OTT의 콘텐츠 경쟁으로 K-콘텐츠 산업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이루어진 상황, 2021년을 오롯이 피부로 겪어낸 국내 영화계 플레이어의 구체적인 경험과 코픽 정책의 미래 방향성을 짚어본다. 영화 〈강릉〉을 배급한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의 투자배급사업부 한상욱 총괄이사,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선보인 콘텐츠웨이브의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이 12월 7일(화) 서울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났다. 코픽 정책연구팀 이재우 팀장, 김경만 연구원까지 배석해 열띤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 참여자
진행: 박꽃〈무비스트〉 기자
이재우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 팀장
김경만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 연구원
한상욱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사업부 총괄이사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

 
극장-부가시장 순서 따른 산타클로스 엔터 배급 영화〈강릉〉 / 웨이브 자체 기획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유오성, 장혁 주연의 누아르물 〈강릉〉은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해 지난 11월 극장 개봉한 작품이다. 투자배급사업부 한상욱 총괄이사는 “극장에서 30만 명 정도가 들었는데, 50만 명 수준인 손익분기점에서는 많이 모자란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를 받았다. 이런(극장 위축) 상황에서 그 정도면 대박인 거 아니냐고 하더라. 축하를 온전히 받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극장에서는 ‘선방’ 한 거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릉〉은 극장 공개 이후 IPTV를 통해 VOD를 제공하는 전통적 유통 순서를 따랐다. 한상욱 총괄이사는 “다행히 〈강릉〉은 장르적으로 부가시장에서 잘 팔리는 영화이다 보니 부가시장 출시 이후 바로 1위에 오르며 굉장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강릉〉은 1일(수) VOD 출시 직후 바로 선두 자리에 등극했고, 18일(토)까지 3주 동안 선두자리를 고수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실적은 어떨까. 웨이브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윤성호 감독을 섭외하는 형식으로 제작한 코믹 정치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속도감 있는 전개, 대사의 맛, 여성 캐릭터 활용법, 주인공 문화체육부 장관(김성령)의 남편이자 한물간 진보 논객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친 백현진 같은 신선한 배우의 발견 등 다양한 지점이 호평 요소로 손꼽힌다. 웨이브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공개 첫날 신규 유료 구독자가 최초로 시청한 콘텐츠 1위에 올랐고, 시청 시간도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이 웨이브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1, 2편을 내부 시사할 당시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트콤 스타일과 달라 조금 당황했다. 시트콤은 훨씬 더 가벼운 분위기에서 특유의 과장된 연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블랙 코미디 느낌이 강하더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간 시도되지 않은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시청해 이슈화되면 새로운 장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가능성을 평가했다.

 


 
영화투자배급사, OTT 플랫폼 이구동성 올해 사업 어려웠다
 

〈강릉〉을 배급한 한상욱 총괄이사는 “올해 제일 잘된 영화인 〈모가디슈〉도 엄청 길게 극장 상영을 해서 300만을 넘겼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들었다. 최근 개봉한 〈유체이탈자〉도 손익분기점이 낮지 않은 수준인데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하고 12월 21일(화)부터 IPTV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결국 2021년도 극장은 모두에게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어려운 시장이었고 잘하면 본전, 못하면 손해, 잘못하면 완전히 ‘폭망’인 상황이었던다”고 분석했다. 제작비 기준으로 업계에서 추정하는 〈유체이탈자〉와 〈모가디슈〉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140만 명, 600만 명 정도다. 또 “이미 찍어놓고 개봉하지 못하는 한국 영화가 60편에 달한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킹메이커〉를 시작으로 그동안 개봉을 미뤘던 제작비 몇 백억 원 사이즈의 영화들이 12월부터 개봉한다고 하는데 손익분기점 고민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는 우려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심화한 17일(금) 〈킹메이커〉 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정부의 새로운 방역 지침을 반영해 개봉일을 2022년 설 연휴로 연기한다고 알렸다. 그에 앞서 예정했던 배우 설경구, 이선균의 온라인 인터뷰 일정도 취소했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배급사 쇼박스도 2022년 1월로 연기됐던 개봉을 미룬다고 알려왔다. 이외에도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롯데엔터테인먼트), 윤제균 감독의 〈영웅〉(CJ ENM), 이원태 감독의 〈대외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원석 감독의 〈킬링 로맨스〉(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 다수의 한국영화가 완성된 채 창고에 잠들어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OTT 플랫폼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나을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그들 역시 강력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기존 미디어 산업 사업자는 다 어렵다”는 것이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글로벌 OTT는 국경 없는 인터넷을 타고 들어와 대한민국 국민의 시청 형태를 다 바꿔놓았다. 유튜브, 넷플릭스가 그걸 증명했다. 그 영향으로 지상파 방송국, 종편 채널은 광고비가 줄었고, 케이블TV나 IPTV도 매출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를 비롯해 티빙, 왓챠 같은 국내 OTT 플랫폼 역시 “다 적자”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 대비 “규모의 문제” 즉, ‘체급 차이’ 때문에 사업 전개에 난항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넷플릭스는 2억 1000만 명이라는 유료 구독자를 이탈하지만 못하게 해도 그 자체로 매달 이익이 난다. 100억짜리 영화를 산다고 해도 모든 가입자로부터 50원씩만 걷으면 된다. 하지만 웨이브 가입자를 200만 명이라고 본다면, 50원씩 걷어봤자 1억 원이다. 그걸로 〈승리호〉를 살 수 있겠나.
넷플릭스가 〈승리호〉나 〈오징어 게임〉을 사면 너무 싸게 사는 것이고, 웨이브가 사면 너무 비싸게 사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흥행 콘텐츠’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동의 숙명
 

이날 대담에 참석한 두 패널은 ‘매출 사슬’ 안에 공동으로 얽혀 있는 주체인 만큼 서로 다른 입장 차도 감지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투자배급사는 극장-부가시장 순으로 유통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예상 매출이 급감했고, 위기 상황의 수혜를 입은 측면이 있는 OTT 플랫폼을 대안 창구로 삼아 새로운 계약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콘텐츠 가격을 극대화할 전략을 찾는 입장이다.
반면 OTT 플랫폼으로서는 콘텐츠 수급 및 정산 비용을 마냥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OTT와 경쟁해야 하는 부담감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2022년 한 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넷플릭스, 마블이나 스타워즈 같은 강력한 할리우드 프렌차이즈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는 디즈니 플러스에 이어 웰메이드 미드 IP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HBO max까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출범 이후 적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웨이브로서는 유료 구독자 견인 전략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반면 두 주체 사이에는 확실한 공통점도 있다. 글로벌 시장까지 극단적으로 확장된 콘텐츠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볼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새롭고도 당연한 규칙 안에서 누군가는 적절한 기회를 얻어 살아남고, 누군가는 고전적인 방식에 머물며 도태될 것이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과거 동아TV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3년 반 동안 PD 일을 한, 케이블 1세대다. 그런데 IMF로 미디어 산업이 재편되면서 직장을 잃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미디어 재편에서) 그런 종류의 피해는 최소화해야겠지만, 사람이든 조직이든 (산업 전략 측면의) 결단은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와 비영화의 경계를 나누는 게 한층 모호해진 시장 상황은 이런 현실에서 새로운 도전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황동혁 감독은 〈수상한 그녀〉〈도가니〉〈남한산성〉까지 줄곧 영화를 연출해온 전통적인 의미의 ‘영화인’이지만, 32분에서 1시간 3분까지 길이가 제각각인 에피소드 9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을 연출했고, 그 결과 메가 히트작이 탄생했다. 〈지옥〉을 선보인 연상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누군가에게 위기를 안겨줬다면, 누군가에게는 자기 작품을 선보일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강릉〉을 배급한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2021년 한소희 주연의 언더커버 누아르물 〈마이 네임〉을 제작했다. 한상욱 총괄이사는〈마이 네임〉은 애초부터 OTT를 타깃으로 해서 기획한 작품은 아니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한 방향으로 가닥을 정할 수는 없으니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기획을 진행했고, 결론적으로 넷플릭스-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졌다”고 당시 판단을 전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통했다. OTT 플랫폼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마이 네임〉은 공개 이후 넷플릭스 TV 쇼 부문 3위까지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한상욱 총괄이사 제작은 투트랙, 유통은 멀티트랙 / 이희주 정책기획실장 기획 IP 늘리고 해외 구독자 확보
 

복잡한 계산법이 오고 가는 미디어 격변기에서 이들의 미래 전략은 어떨까. 한상욱 총괄이사는 영화와 시리즈물의 투트랙 제작 방향을 언급했다. “팬데믹 2년 차에 접어들고부터는 OTT 플랫폼이 ‘엄청 떴다’는 기존의 체감이 더욱 극대화됐다. 그게 업계의 흐름이라면 모든 관계자가 그 흐름을 수용하고 반영해서 일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워낙 잘됐으니 영화투자배급사들이 그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처음에는 영화로 기획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을 받으면서 불가피하게 OTT용 시리즈물로 다시 기획된 영화도 꽤 많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전통적인 극장 특화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짚었다. 그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물 〈듄〉을 예로 들며 “개봉 이후 모든 아이맥스 상영관이 다 매진됐다. 영화를 어떻게 소비하고, 어디에서 볼 건지를 선택하는 데는 영화 자체가 지닌 매력도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듄〉은 지난 10월 20일(수) 개봉 이후 무려 두 달 동안 국내 박스오피스 5위 권을 오가며 154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성적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12월 15일(수)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흥행 사례도 언급할 만하다. 오미크론 전파로 정부의 방역지침 강화가 예상됐음에도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객에게 ‘극장에서 봐야 하는 작품’이라는 인식을 주는 작품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유통 면에서는 접근법이 조금 더 복잡하다. 그야말로 ‘멀티트랙’ 접근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 영화투자배급사 사이에서는 “넷플릭스 덕에 손해를 면한 영화도 물론 있지만, 기존대로 극장, 부가시장, OTT 순서로 유통했어야 매출이 극대화됐을 작품도 있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상욱 총괄이사는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시도를 다 할 수는 없다. (유통하는) 길은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개봉하고 부가시장에서는 특정 OTT가 독점하느냐, 처음부터 OTT ‘오리지널’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그냥 스트리밍만 하느냐 사이에도 여러 차이가 있다.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있고 그마저도 1년 전과는 (계약 조건이) 급격히 달라진 부분이 있어서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한다.
웨이브의 고민은 좀 더 다층적인 면이 있다. 일단 몸집이 큰 글로벌 OTT에 맞서 전 세계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안정적인 경제력으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선순환을 이뤄야 하는 막중한 숙제를 안고 있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최근 제작 중인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과 〈데드맨〉을 언급하며 “(현재로서는) 두 프로젝트의 투자비를 구조적으로 회수할 방안이 없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일단 만들고 본다고 해도 그걸 충분히 소비해줄 유료 구독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는 “티빙 양지을 대표의 인터뷰를 보니 일본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해외로 나간다고 하더라.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마인드를 지니지 않으면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웨이브의 해외 진출 역시 예견된 수순임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강력한 자체 IP를 확보하기 위한 도전 역시 게을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웨이브는 지난 5월 자사 플랫폼만의 독점 콘텐츠를 기획하는 스튜디오 웨이브를 설립했다. 첫 작품으로 국세청 조세국을 배경으로 임시완, 고아성, 손현주가 활약하는 시리즈물 〈트레이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젠틀맨〉은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을 캐스팅해 흥신소 사장과 검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공조하는 오락 영화로 제작 중이고, 〈데드맨〉은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을 낙점해 억울한 누명을 쓴 한 남자의 복수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완성할 예정이다.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도전들이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 K- 콘텐츠 ‘한국 배’ 타고 해외 가야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대담 전반에 걸쳐 토종 OTT 플랫폼이 처한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아쉬울 것 없던)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가 왜 합병했겠는가. 디즈니가 왜 유통 수익을 일부 포기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면서 디즈니 플러스에 올인하겠는가. 애플TV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이미 넷플릭스가 혼자 차지하기에는 글로벌 OTT 시장이 너무 크다는 걸 확인했고 자신들도 같은 무대에 나설 준비를 끝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또 “그들이 저렴한 가격에 좋은 해외 콘텐츠를 보여주고 〈오징어 게임〉같은 국내 콘텐츠를 제작해 우리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 자체는 고맙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가면 미국의 글로벌 OTT가 전 세계를 정복하는 ‘미디어 제국주의’가 도래할 것이고, 각 국의 토종 OTT 플랫폼은 점차 스러져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즘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디즈니 플러스가 제출한 심의물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얻어맞은 건 ‘원투 펀치’ 정도에 불과하다. 디즈니 플러스도 곧 제대로 된 펀치를 날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한준호 의원¹은 OTT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영화진흥위원회는 OTT에게 영화발전기금을 걷으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²을 만들어서 OTT를 규제하겠다고 하고, 영화수입배급사협회도 (콘텐츠 정산 문제를 두고) OTT를 흘겨본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대한민국 국민이 스토리텔링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고, 글로벌 무대에서 욕심을 내도 될 때라는 힌트를 줬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콘텐츠는 미국 배가 아닌 ‘한국 배’를 타고 해외로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K-OTT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또 “웨이브뿐만 아니라 티빙, 왓챠도 글로벌로 육성돼 전 세계 190개국에 파이프라인을 형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을
2 한상혁 방통위원장 “지상파든 OTT든 같은 서비스면 규제도 동일하게”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2021-08-26,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112606421715591)

 
KOFIC, 누구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
 

이처럼 복잡한 변화를 관통하고 있는 업계를 코픽은 어떻게 뒷받침할 계획일까. 지난 10월 5일(화) 코픽이 발표한 ‘포스트코로나 영화정책 2022’ 5대 정책과제에 따르면, 앞으로 “영화, 비디오물 종합지원기구로 영화진흥위원회 역할을 확대”하고 그에 따라 “영화, 비디오물 법제도 개선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때 언급되는 ‘비디오물’은 케이블TV와 IPTV의 VOD, OTT 플랫폼에서 스트리밍되는 콘텐츠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 구조에서는 불가능한 범위까지 정책 지원을 확장하기 위해 법 개정까지 바라본다는 의미다.
코픽 정책연구팀 이재우 팀장은 “영진위를 규정하는 단어나 형식이 지금 세상에 맞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0년간 ‘영화법’이 ‘영화진흥법’으로, 그리고 ‘영화비디오법’으로차근차근 바뀌어오는 동안 우리가 향유하는 영상문화는 더이상 ‘영화’나 ‘비디오’만으로 불리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법에서 말하는) ‘영화’나 ‘비디오’의 개념은 요즘 관객이나 시청자가 인식하는 ‘콘텐츠’의 관점이 아니라, 당시 정부에서 규제하기 좋도록 플랫폼 단위로 구분한 것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TV’와 ‘극장’이라는 물질적 플랫폼에 갇혀 있던 영상물이 '통신'이라는 비물질적 플랫폼으로 터져나오면서 그간의 구획이 무의미해져버린 상황"이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코픽 김경만 연구원은 “(영화 진흥이라는) 실무를 해온 입장에서 최근에는 OTT 시리즈물, 숏폼 콘텐츠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할 시점 아닌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영화산업의 중심을 지키는 모양새였다면, 코픽은 그 범위 바깥의 취약한 창작자에게 기회를 주고 발굴하는 역할을 하면서 존재 이유를 찾았다. 그런데 영화 스태프, 창작자들도 그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작업하고 있으며 메이저 투자배급사들 조차도 OTT와의 협업을 모색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재우 팀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이름에 ‘규제’가 아닌 ‘진흥’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영상물의 형식 가운데 ‘극장’이라는 물리적 장소에서 첫 상영하는 영상물만을 콕 집어서 ‘영화’라고 불러야 한다면 이미 플랫폼 간의 통섭이 완연한 영상산업의 진흥에 오히려 규제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 이라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현행 지원 기준인 ‘작품’ 단위를 넘어 ‘개인’ 단위를 적용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이재우 팀장은 “영화 관련 법안이 처음 생기던 당시의 입법 취지를 현재의 유비쿼터스 환경에 걸맞게 준용하려면 창작될 작품이 아닌 창작하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산업의 진흥을 논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고 질문했다. 영화, 유튜브 숏폼 콘텐츠, OTT 시리즈물 등 작품 분류에 얽매이지 말고 재능 있는 창작자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방식의 진흥책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는 의견이다. 같은 이유로 코픽 정책 지원을 받은 창작자가 미래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가능성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2028 년까지 연장된 영화발전기금, 완전히 새로운 틀로 도약할 수 있나
 

국회는 12월 2일(목) 본회의에서 영화발전기금 징수 기한을 2028년으로 연장했다. 코픽 운용기금의 핵심을 차지하는 영화발전기금은 극장 입장권에서만 3%를 부과한다. 이 돈을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작품 혹은 그런 작품을 만든 창작자에게 사용한다면 업계에서 치명적인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한상욱 총괄이사는 “극장을 타깃으로 만든 영화에서 나온 돈으로 OTT(처럼 극장이 아닌 곳)에서 상영하는 작품을 지원한다면 극장만 바라보고 일해온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불공정한 부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책 대상을 확대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려면 그 수혜를 입는 대상에게도 마땅히 징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은 “코픽이 영화 발전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필요한 재원은 어디에서든 걷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지금껏 얘기를 나눴듯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영화발전기금’이나 ‘방송통신발전기금’ 같은 이름으로 서로 다르게 징수하려고 들기보다는, 그 틀을 (영화, 비디오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로 바꾼다는 조건하에 기금 징수를 생각해야 한다. 다만 K-OTT의 성장이 중요한 상황인 만큼, 그 징수 시기와 대상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추가적인 의견을 냈다.
이재우 팀장은 “이미 방송, 통신, 영화 등으로 나누어 놓은 틀을 혁명을 일으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공통된 진흥의 대상자를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가 몸집이 커지면서 기존 역할을 자연스럽게 흡수, 합병하는 식으로 대안을 형성하는 게(실현 가능한) 정책적 변화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종 결정은 “정치적으로 위임을 받은 자리에서 결론 내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숱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도출된 결론은, 이날 자리에 배석한 이들이 다음의 방향성에 확실히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이 다양한 시도와 모험을 감행해야만 생존의 묘를 모색할 수 있는 영화 산업 격변기라는 점, 그렇기에 업계 모든 플레이어가 자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사업 현황과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산업 내 ‘건강한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코픽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잠재 가능성 있는 창작자를 제대로 진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연구, 도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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